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을 보냈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고 불쾌 지수가 높아져 야외 활동은 엄두도 못 냈었다. 여전히 더위가 지속되고 있긴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느껴지는 선선한 바람이 반가운 시간이다. 높고 파란 하늘, 산들바람, 반짝반짝 빛나는 햇살이 가을을 알리고 있다.
성큼 다가온 가을 앞에 그동안 무더위를 핑계로 미뤄 두었던 일들을 생각해 냈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산책 등의 야외 활동이었기 때문에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전거에 뿌옇게 쌓인 먼지를 털어내는 일이었다. 그리고 가볍게 저녁 산책을 시작하게 되었고, 해안가를 따라 난 나들길을 걷는 계획도 세웠고, 미술관에 갈 계획도 세우고 있다. 시원한 바람 한 점이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일으켜 세워주고 신이 나게 한다는 것이 참 놀랍다.
이 가을에 바깥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그린 그림책을 보고, 맑고 푸른 가을하늘 아래로 나와 무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활짝 펼쳐보자.
줄넘기
이안 지음 | 키위북스| 2023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아파트 놀이터나 공원에서 줄넘기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줄넘기는 줄을 이용하여 뛰어넘을 때 맛보는 즐거움과 함께 운동으로 자연스럽게 발생한 놀이로 운동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혼자서 할 수도 있고 여러 명이 동시에 즐길 수도 있다. 청명한 가을날 바깥 놀이로 좋은 줄넘기가 나오는 그림책을 만나보자.
이 그림책 속 아이는 집 안에서 뒹굴뒹굴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가 줄넘기나 해볼까 하면서 바깥으로 나간다. 몸풀기 운동을 가볍게 하고 줄넘기를 시작한다. 줄넘기를 훌쩍 뛰어넘는 모습이 신난다. 바로 넘어보기, 뒤로 넘기, 엇갈려 넘기, 두 개씩 한 번에 넘기….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힌다. 숨이 차서 줄을 놓친 아이에게 누군가 다가와 함께 뛰게 된다. 함께 뛰니 어쩐지 줄이 가벼워진 것 같다. 한 명씩 한 명씩 모여와 여럿이 함께 뛴다. 함께 하니 훨씬 재미있다.
줄을 넘기 위해 풀쩍 뛰면 청명한 가을 하늘이 가깝게 다가온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쳐 간다. 뛰다가 넘어질 때도 있지만 ‘뭐 어때?’ 다시 뛰면 되지. 그렇게 줄넘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기분이 좋아진다. 웅크려졌던 몸이 나도 모르게 가볍게 쭉~ 펴진다. 훌쩍 높이 모두 함께 뛰다 보면 서로 발을 맞추는 것을 배우게 되고 파도를 함께 타듯 모두 하나가 된다.
여름 동안 너무 더워서 바깥 활동이 힘들었다면 자 지금 시작해보자! 그림책 속 아이처럼 줄넘기 하나 들고 바깥으로 나가 가을 햇살 아래서 뛰어보자 폴짝!
몽땅 자전거
아리엔 피넬 지음, 서희준 옮김 | 계수나무| 2023
여름이 가면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이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것이었다. 해 질 무렵 농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달리다 보면 느끼게 되는 자유로움이 좋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게 자전거로 동네를 돌다 보면 어김없이 자동차의 빵빵하는 경적을 듣게 된다. 놀라서 길옆으로 비켜서서 기름 냄새와 흙먼지 속에서 차가 지나가길 기다린다. 그럴 때마다 시골 농로만이라도 자동차가 다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한다. 진짜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그림책 ‘몽땅 자전거’의 주인공 제이드는 차가 한 대도 없는 섬마을에서 여름방학을 보내게 된다. 이 마을에서는 자전거로 마트에 가고 동네 산책도 하고 바닷가에 가서 놀기도 한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제이드는 섬에서처럼 매일 자전거를 타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걱정으로 마당에서만 자전거를 탈 수 있었다.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싶었던 제이드는 혼자서 섬마을을 찾아 나선다. 자전거를 타고 섬마을을 찾아가는 도중에 도로에서 위험하다고 소리치는 자동차 운전자에게 자동차가 더 위험하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이런 제이드의 모습이 방송으로 나가게 되고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다. 제이드의 작은 행동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차를 세워두고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것이다. 점차 차들이 다니던 길은 자전거 도로로 바뀌게 되고, 제이드는 마음껏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게 된다.
날씨가 바깥에서 활동하기 좋아지는 계절이 오면 걷거나 좀 먼 거리는 자전거를 타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이 그림책 속 마을처럼 차 없는 마을을 상상하게 된다. 제이드가 만든 차 없는 마을처럼 지금을 사는 아이들이 어디에서나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마을이 생기면 좋겠다.
지구환경을 위해서도, 우리들의 활기찬 삶을 위해서도 자전거를 더 많이 타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자전거를 타고 가을 햇살을 만나러 바깥으로 나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