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을 함께한 벗과는 즐거운 시간 여행을 하게 되어 행복하다. 이번 여름에 남도에서 만난 농부이자 작가인 벗과의 시간이 그러했다. 벗의 작품들과 현재 많이 거론되는 책들, 연이어 떠오르는 작품들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다. 그 작품들과 연결되는 우리 과거, 현재, 미래 모습까지 그려보았다. 8월 14일 ‘위안부 기림의 날’에는 부산의 여러 여성단체가 마련한 기념식에 참여하였다. 마지막 순서, 김순악 할머니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보드랍게〉를 보며 할머니의 1928~2010년 삶과 함께 우리 역사와 한일 관계를 시간 여행했다.
어린이 복지관에서 일하다 전북 임실로 귀촌한 벗이 얼마 전 SNS에 좋은 소식을 올렸다. 잼버리 대회 참가 외국 청소년 40여 명이 대회 전에 본인 농가를 방문해 재밌는 시간을 보냈단다. 방문자 중 우리 말을 잘하는 외국 대원 덕에 더 즐거웠다고 한다. 하지만 이어지던 잼버리 현장의 험난한 소식들은 과거 우리 사회의 대형 재난들을 떠올리게 했다.
요즘 SF 어린이책들을 대할 때면 많이 놀란다. AI나 사이보그 등 담아내는 내용이 무척 다양하고 전문화하는 경향이다. 어린이책을 들고 함께 공부도 하면서 미래로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어느 날 이런 미래가 온다면
오승현 지음, 이로우 그림 | 휴먼어린이| 2023
미래에 우리가 만날 세상을 여섯 가지 주제 SF 동화와 상세한 해설로 소개하는 책이다. 조근조근 설명하는 과학 내용이 놀라운 수준이다. 과학 기술 발전과 우리 사고 능력은 어떻게 연관될까도 질문한다.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임을 잊지 말자는 격려도 건넨다.
첫째 ‘자율 주행차’ 편에서 운전자를 너무 잘 아는 자율 주행차 덕에 주인공 미래는 마음대로 운전을 못 해 다치고 피 흘리며 병원으로 끌려간다. 자율 주행차로 인한 자동차 산업 위축과 일자리 감소, 사고 시 윤리 판단 문제도 알려준다. 둘째 ‘메타버스’는 좀 더 전문 영역으로 안내한다. 가상현실인 VR 발전으로 등장한 3차원 가상세계 메타버스 덕에 세상은 ‘플레이 월드’가 되고 사람들은 낮에는 직장 일을, 밤에는 ‘코로나’ 등 때문에 메타버스 일을 하게 된다. 셋째 ‘소셜 로봇’은 피부와 장기, 두뇌까지 ‘사람 같은’ 인조인간 이야기다. 체코어 ‘로보타’에서 생긴 ‘로봇’은 여기저기 팔려 다니는 고아 하인을 뜻하는 단어였다. 이젠 재산도 상속되는 로봇이 진정한 가족이 될지 묻는다. 넷째 주제 ‘인간 복제’에서는 현실적 문제점들을 시사한다. 일정한 도구로 활용되며 상품이 되는 복제 인간을 상상하며 위험성을 제시한다.
다섯째 ‘사이보그’ 편에서도 묻는다. “기계 몸을 가진 인간, 기계의 힘을 빌려 확장된 유기적 복합체 사이보그, 어디까지 인간일까?” 그리고 여섯째 주제는 AI의 두 기둥,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이다. 인공 지능은 디지털 환경 속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를 학습해 행동하고, 알고리즘은 그 빅데이터를 다루며 조정한다. 철저하게 과학이 통제하는 이런 세상이 되면 ‘내 자아’는 어찌 되는 걸까, 혼란한 마음에 한참 과거로, 내 맘대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윤초옥 실종 사건
전여울 지음, 가지 그림 | 사계절| 2023
신분제 사회의 다양한 계층 어린이 셋이 남다른 꿈을 품고서 제대로 ‘한판’ 벌이는 이야기다. 신분도 처지도 매우 다른 이해, 초옥, 홍단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으로 서로 통하여 친구이자 조력자가 된다. 이 셋의 우정과 교감, 용기에 마음이 설렌다. 멋진 이름 ‘이해’는 사당패 대장의 아들이다. 줄타기 꾼 아들로 태어나 마음이 무거운 데다, 엄마가 좋아하던 화장하기를 훨씬 좋아한다. 언제 떨어져 깨질지 모르는 얇은 탈 같은 줄타기보다 분장 미술에 몰두한다.
양반 아씨 초옥은 줄 타는 순간 ‘양반의 법도’에서 해방된다. 혼사 문턱에서 초옥은 탈출을 결심하고 엄마에게 고백하면서 ‘납치 실종 사건’이 꾸며진다. 한편 집이 가난해 기방에 들어간 홍단은 거문고의 매력에 빠져 예인이 되리라 결심한다. 이 세 아이 홍단과 이해, 초옥은 꿈을 이뤄가는 각자의 삶을 서로 응원하며 보듬는다. 줄타기와 분장, 거문고의 조합 속에 이들이 맞잡은 손은 서로를 지탱해 주는 튼튼한 줄이 된다.
우리 사회 속 결정과 제도를 답답해하는 어린이들에게 자신이 무얼 원하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미래에 맞을 법한 서늘한 세상으로부터 백여 년 전의 다정다감한 세상으로 이동하면서 ‘어른이’도 슬그머니 위로와 평안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