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21일. 한국이 누리호 발사에 성공했다. 생중계로 발사 장면을 지켜보며 가슴이 뭉클했다. 2013년 나로호 발사에 성공했으나 러시아의 핵심 엔진 기술에 의존한 만큼 누리호 발사 성공의 의미는 크다. 설계부터 발사까지 1톤급 이상의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국가는 러시아, 미국, 중국, 일본, 인도 등 6개국에 불과하다. 세계 7번째 우주 발사체 기술 보유국이 된 한국은 자체 우주기술 개발을 통해 독자 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린이를 과학자로 만드는 두 가지 흥미로운 일이 있다. 하나는 공룡이고 다른 하나는 별이다. 우주가 무얼까 궁금해하는 일은 어린 과학자를 만드는 좋은 계기다. 별과 우주에 관한 지식은 초등 5-6학년이 되어야 배우는 어려운 주제가 맞지만, 누리호 발사 같은 이슈는 좋은 기회다.
하늘에는 얼마나 많은 별이 있을까요?
이사벨 마리노프 지음
키다리 2021
허블이란 이름을 듣고 대개의 사람은 ‘허블 망원경’을 떠올릴 테다. 나 역시 그랬다. 교과서 속 천문학자 중에는 직접 망원경을 만들어 우주를 관찰한 사람도 여럿 있다. 허블도 망원경을 만들었으리라 여겼다. 책을 읽고 허블 망원경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에드윈 허블은 그 이상이라는 걸 처음으로 알았다. 《하늘에는 얼마나 많은 별이 있을까요?》는 허블의 이야기를 다룬 논픽션 그림책이다.
호기심도 많고 별을 좋아했던 소년 허블은 어른이 되어 세계에서 가장 큰 망원경이 있는 윌슨산 천문대에서 일하게 된다. 당시까지 안드로메다 성운은 우리은하 안에 있는 먼지와 기체 구름이라고 여겼다. 허블은 수많은 밤을 관측하며 다른 생각을 했다. 결국 안드로메다 성운 안에서 등대 불빛처럼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하는 별인 편광성을 발견했다.
이로써 안드로메다 성운은 수많은 별로 가득한 또 다른 은하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때까지 사람들은 우주에 우리은하밖에 없다고 여겼던 것. 허블의 발견으로 우주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달려졌다. 이 업적을 기려 1990년 우주로 쏘아 올려진 망원경에 허블의 이름을 붙였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걸 알려준 코페르니쿠스처럼, 허블은 우리은하가 우주 유일의 은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하늘에 떠 있는 무수한 별을 보며, 얼마나 많은 별이 있는 걸까.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질문하던 소년이 그 시작이었다.
오늘, 우주로 출근합니다
마리옹 몽테뉴 지음
BH(balance harmony) 2020
우주비행사는 SF 속에서나 만나는 사람이다. <그래비티(Gravity)>나 <마스(Mars)> 같은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비행사는 위험하고 신비로운 모험의 주인공이다. 한데 진짜 우주비행사는 어떤 모습일까. 그래픽 노블 《오늘, 우주로 출근합니다》가 유머러스하게 이에 답한다. 책장을 펴면 메리 로치의 말이 발문으로 적혀있다. “우주비행사가 우주로 나가서 일하는 것은 그의 경력 중 일 퍼센트에 불과하며 우주복을 입고 일하는 것은 다시 그중의 일 퍼센트다.”
왜 이 말을 맨 앞에 적어두었는지 책을 읽어보면 알게 된다. 이상화된 우주비행사가 아니라 진짜 모습이 책 안에 담겼다. 우주비행사가 어떤 훈련을 받는지도 시시콜콜한 모두 보여준다. 읽다가 수시로 “아!, 이런!” 하는 감탄사를 내뱉게 되는 책이다. 일례로 대변 보기도 우주비행사의 훈련 중 하나다. 중력이 없으면 대변을 보는 일조차 난이도가 높아진다. 대변이 저절로 아래로 내려가지 않기 때문이다! 변기부터 나사 하나까지 고장 나면 스스로 고칠 수 있도록 모든 걸 배운다. 우주에서는 무언가 고장 나면 도와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니 훈련 시간이 길어진다. 막연하게 우주 비행이 비행기를 타는 것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주 비행에 대해 단번에 그것도 유머러스하게 들려주는 책.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수상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