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이맘때, 나는 기나긴 무기력과 슬럼프에 빠져있었다. 코로나19로 강연과 수업이 줄줄이 취소되고,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창구도 막혀 그야말로 집에만 누워있었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는 현실을 타개해보고자 몸을 일으켜 보기로 했다. ‘독자들이 나를 만나러 올 수 없다면 내가 독자들을 만나러 가보자!’ 그 각오로 시작한 것이 <김신회가 간다 간다 간다>다.
줄여서 <김간다>는 서울을 제외한 지역도 시의 동네 서점을 돌며 북토크를 진행하는 이벤트다. 직접 책방에 연락을 돌려 “저 김신회라고 하는데요. 북토크 하실래요?”라고 제안하며 독자와의 만남을 셀프로 꾸렸다. 운 좋게 세 도시에서 초대받게 되었고, 혼자 운전해 전국을 횡단했다. 그때 처음으로 시도해본 ‘전국 순회 북토크’를 올해 재개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서점들의 신청을 받았다. 2년 전과 다르게 전국 어디든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되었으니 ‘나를 원하는 서점이 있다면 달려가겠다’라는 심정이었다. 소셜미디어에 호기롭게 공지 및 신청 방법을 올렸지만 걱정됐다. ‘아무도 신청을 안 하면 어떡하지?’
감사하게도, 여섯 군데의 동네 서점에서 신청서가 도착했다. 그리하여 <2023 김간다>의 동선은 충남 계룡, 대구, 남해, 일산, 평내 호평. 다섯 도시에서 여섯 번의 북토크를 갖게 되었다. 서점에 따라 각기 다른 북토크 주제를 잡고, 일정을 정리하고, 카센터에 가 장거리 운전을 위한 자동차 점검을 받았다. 체력 증진을 위해 급하게 매일 홈트레이닝도 했다. 짐을 챙기고, 개를 맡기고, 운전대를 잡으니, 이미 마음은 여행을 앞둔 사람처럼 두근댔다.
나흘 동안 약 1,000㎞를 운전하며 다양한 독자들을 만났다. 분명 같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는데도 단 한 순간도 같은 시간이 없었다. 매번 많은 말을 쏟아내느라, 장시간 운전으로 컨디션이 바닥인 날도 있었지만, 새로운 서점에 발을 들여 독자들 앞에 앉는 순간 피로가 날아갔다. 깔깔 웃으며, 때로는 눈물을 삼키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했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는 사람들. 이 순간만큼은 온전히 내 편인 사람들 앞에서 실컷 어리광을 부렸다.
마지막 북토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피곤은커녕 내일이라도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려고 누워도 잠이 오지 않았다. 나흘 동안 만난 사람들 얼굴이 줄줄이 떠올랐다. 올해의 김간다 역시 혼자 한 게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과 함께 이끌어간 시간이었다.
나흘 동안 방문한 서점의 책방지기님들에게 책을 한 권씩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구매한 책 중 두 권을 소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