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강우량’과 ‘기후 위기’ 표현을 아주 자주 접한다. 올해는 폭우와 산사태로 추모 시설 붕괴와 지하차도 수몰 참사까지 벌어졌다. 폭우, 폭염, 폭설, 혹한 관련 기록은 매해 새로워질 기세다. 점점 ‘자연재해’보다 ‘인재’ 성격이 커지는 상황이다. 기후 위기 심각성을 알리려는 여러 나라 청소년들 결석 시위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경험하는 일이다.
초등교육 과정에도 환경보호와 관련한 여러 내용이 들어 있고 정규수업과 다양한 특별 강의가 진행된다. 환경 보전과 지구의 미래를 담은 어린이 책들도 손에 많이 잡힌다. 뭇 생명체를 잘 보살피자는 책들을 살피던 어느 날 서이초 선생님 소식을 접했다. 선생님들과 학부모, 교육 제도까지 많이 생각하는 날들이다. 학생, 교사, 학부모로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던가.
(같이 알자 같이 하자!) 열두 달 지구하자
정다빈, 권성희 지음, 구희 그림, 문윤섭 감수 | 주니어RHK| 2023
초등 선생님들이 열심히 만든 알뜰하고 유용한 책으로, 지구살이 열두 달을 이렇게 채우자고 권한다. 자연과 나의 관계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조근조근 일러준다. 저자 선생님들의 모임 이름 ‘지구하자’는 어찌나 상큼하던지! 가족, 친구, 동물 등 이 땅의 온갖 생명체들과 함께 오래 사랑하며 건강하자고 권한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재미도 들었다. 그림 작가는 어린 친구가 그린 듯 귀엽고 친근한 그림들을 선물한다.
달마다 주제와 내용 그리고 구체 사항으로 짜인 구성이 눈에 담뿍 들어온다. 달별 환경 기념일들에 맞춰진 놀이형 과제도 즐겁다. “저 한 명이 바뀐다고 세상이 바뀌나요?” 교실 어린이들의 질문에 기초한 활동과 설명이 알차다. 결과와 제안을 도출하기까지의 과정도 충실하다. 방대하고 풍성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잘 축약했다. 초등 교실에 참 어울리는 책이다.
1월 ‘지구에 탄소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 달’에는 기후 변화 피해의 불공평함과 기후 정의를 배운다. 2월 ‘유해 화학 물질로부터 내 몸을 지키는 달’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등을 다시 생각한다. 3월 ‘쓰레기 없는 하루에 도전하는 달’에는 심각한 쓰레기 현실과 ‘쓰담 달리기 플로깅’도 접한다. 4월 ‘작은 풀꽃에 먼저 인사하는 달’에는 화초 하나 심고, 5월 ‘자연과 나 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는 달’에는 나의 자연을 그린다.
6월 ‘물을 물 쓰듯 하지 않는 달’, 정말 잘 잡힌 이 제목은 오늘도 실천 가능! 7월 ‘오염 없는 에너지 만드는 달’, 8월 ‘불 끄고 별 켜는 달’에는 에너지 문제를 절감한다. 9월에는 푸른 하늘 아래 마음껏 뛰놀고 10월에는 동물 행복을 기원하고 11월에는 귤 하나 먹고 12월엔 가만히 흙냄새를 맡아 보자. ‘같이 알고 같이 하여’ 우리는 안 외롭다. 함께 나무를 심으면 숲도 만들어지고 더 나은 지구도 만난다, 지속 가능한 지구로 지키자!
나로의 가상현실
임어진 지음, 클로이 그림 | 열림원어린이| 2023
2055년, 보안 마스크로 생명을 유지하는 세상에서 나로가 가상현실을 경험한다. 지금 우리에겐 현실인 ‘시원한 바람과 소나무 잎들이 바람에 쓸려 내는 소리’를 나로는 VR로 만난 후 성장해 가는 이야기다. 어찌 보면 슬픈 내용이다. ‘하나로’ 아빠는 결혼을 하지 않고 본인 세포를 배양해 복제인간 아들을 만들었다. 당연히 엄마는 안 계시고 로봇 돌봄이와 종일 지내는 나로에게 아빠는 홀로그램으로 나타난다. 과학의 발달로 무엇이든 가능하고 에어샤워도 일상이지만 어쩌면 잃어버린 것이 더 많다.
지구는 식량과 자원, 에너지 고갈로 회복 불능이고 모든 생명체는 공멸 위기이다. 극심한 먼지 태풍으로 보호복과 보안 마스크를 챙기지 않으면 외출이 불가하다. 터치 한 번으로 교실에 들어가도 친구와 놀기는 불가능하다. 멀리서는 가상으로 만나지만, 가까이에서 만지기는 불가능한 세상이다. 잃어버린 계절을 소개하려던 선생님 프로그램 ‘봄VR 가상체험’에서 아름다운 봄철 자연을 느끼다가 나로는 쓰러진다. 시장 꼬치구이 아저씨한테 받은 ‘나무를 심는 사람들’ USB 속 영상이 ‘환자 의식과 상호 작용해 벌어진 정황’이었다.
식량 기지 발굴 책임자인 나로 아빠 하국장은 역시 홀로그램으로 나타나 ‘사라져버린 것들을 찾아다니는’ 나로를 야단치고 나로는 답한다. ‘나는 아빠 같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요.’ 나로는 ‘나무를 심는 사람들’ 사무실에서 영상을 대한다. 울창한 숲들이 사라져 사막이 되고 세상은 먼지 태풍으로 뒤덮인다. 조금 남았던 열대우림은 식량 기지국으로 변해 원주민이 쫓겨나고 항의자들은 붙잡혀갔다. 하지만 함께 심는 나무들 덕에 지구는 조금씩 원모습을 찾는다. 나로가 VR에서 만났던 고운 어린이와 씨 뿌리던 아주머니, 벙거지 아저씨도 영상에 들었다. ‘지금의 뿌연 세상…. 나무가 늘어나 숲을 이루면 햇빛이 쏟아져 내릴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