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한 대한민국 헌법 제35조가 새삼스럽다. 이 조항은 사회적 환경과 복지에 대한 선언적 의미를 갖는다. 뿐만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자연 환경을 포괄한다.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은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 녹음이 우거진 산과 푸른 하늘 등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자연환경과 생태계가 파괴되면 인간의 삶이 위협받는다. 무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에 뜨거운 태양을 피하고 세찬 비바람을 막으려고 무슨 짓을 해도 괜찮은 건 아니다. 무분별한 개발과 인간의 이기심이 지구 온난화, 오존층 파괴, 탄소 배출 등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 쉽게 되돌릴 수 없는 오염된 환경은 내일이 아니라 바로 오늘의 문제다.
‘자연스럽게’라는 우리 말은 억지로 꾸지미 않은 상태를 말한다. 인공적인 요소가 없이 저절로 그러하다는 의미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순리에 맞게 사는 일은 현대사회에서 불가능에 가깝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자연을 개발하고 오염시키는 부작용을 낳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지만 그 심각성을 체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지구라는 행성은 누구의 소유도 아닌 우리 모두, 아니 생태계 전체의 공유물이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발휘하지 못하면 공멸할 수도 있다. 그 위험 신호가 지구 곳곳에서 계속 감지되고 있다.
(인권으로 살펴본) 기후 위기 이야기
최우리 외 지음 | 철수와영희| 2023
예상 밖의 기상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집중 호우를 넘어 ‘극한 호우’라는 표현이 등장할 만큼 많은 비가 내리는 장마를 우리는 경험한 적이 없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고 인공 시설물이 무너지고 농작물이 물에 잠겼다. 미리 준비하고 사후 조치에 최선을 다해도 기후 위기의 분명한 징후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매년 반복되고 어디선가 지금도 계속되는 기상 이변을 막기 위해서 우리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아니 기후는 내 삶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인간이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로서 ‘자연’을 바라보는 낯선 관점이 신선한 책이다. 그레타 툰베리로 상징되는 청소년 환경 운동은 왜 그들이 주체가 되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언론 보도를 통해 기후 위기와 인권의 관계를 생각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윤리적 관점에서 생태와 환경을 보호하자는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나’의 미래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뉴스, 정의, 과학, 에너지, 법, 정의로운 전환’ 등 여섯 가지 주제를 살피는 동안 우리가 처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그보다 중요한 건 기후 위기를 인류 전체의 탐욕과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구체적인 책임 소재를 밝혀 그 대책을 고민하자는 데 있다. 지구 환경을 지키고 공동체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기업의 이기적 탐욕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다함께 기후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물론이고 그 원인과 대책을 꼼꼼히 살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 기후 위기를 해결해 주길 바라는 대신 스스로 실천하고 행동하는 주체적인 태도로 기후 위기에 접근해야 조금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수업 이야기
한문정 지음 | 우리학교| 2023
기후 위기를 초래한 건 기성세대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구를 물려받을 미래 세대의 몫이다. 그래서 기후 위기와 탄소 중립은 청소년들에게 더 심각한 문제다. 미리 고민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일시적인 관심이나 임시 방편의 예방책으로는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우리가 사는 자연 환경은 오랜 세월에 걸쳐 조금씩 변하기 때문이다.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의 대책이 절실하다.
과학 교사와 학생들이 우리 모두의 내일을 위한 수업을 시작했다. 개인의 실천을 넘어 사회적 해결책을 함께 찾는 수업은 교실 밖으로 나가 다같이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지금까지 논의가 지속가능한 발전 쪽에 머물러 있었다면 이 책은 현재의 빠른 탄소중립 논의를 담아 개인의 실천보다 사회적 해결책을 함께 찾는 데 노력을 보태고 있다. 기후 분석하기, 우리 학교 탄소 배출량 구하기, 의식주에서 탄소중립 실천하기 등 학생들이 직접 활동하며 기후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한다.
지난 3월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열린 IPCC(정부 간 기후변화 협의체) 총회에서 195개 회원국은 6차 평가 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 보고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 이상으로 줄이지 못하면 기후위기를 막을 기회를 놓친다고 경고한다. 앞으로 10년 간 어떻게 하느냐가 인류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제 개인의 실천을 넘어 사회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다함께 머리를 맞댈 시간이다. 실제 수업에 참여하듯 먹고 마시고 입는 일부터 하나하나 살펴가며 심각한 기후 문제의 해결책에 대해 다같이 고민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