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적 엔데믹 시대인 요즘, 주변 사람들이 눈에 띄게 분주해졌다. 그동안 미뤄왔던 여행 욕구를 실현하는 이들이 있고, 크고 작은 취미생활에 불을 당겨 주말을 가득 채우는 사람들도 보인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부터 새로운 운동의 세계에 발을 들이거나 봉사나 나눔을 실천하기도 한다. 잔뜩 웅크려 있던 지난날들을 보상받겠다는 듯 열정 쏟을 거리를 찾아나서는 모습 자체가 이 계절을 닮았다. 뜨겁고 활기차고 생기 넘치는, 여름 같은 사람들.
시쳇말로 ‘덕질’이라고 하는 것은 밋밋한 일상에 리듬감을 더해준다. 매일 똑같던 하루에 생기가 돌고, 불쑥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괜시리 웃음이 난다. 나에게 언제 이런 열정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 요즘의 나를 살게 하는 그것. 당신에게도 덕질의 대상이 있는가? 아직 없다면 조만간 만나게 될 거다. 모든 사람은 가슴속에 덕심 하나쯤 품고 있기 때문에. 덕질은 일상을 구원한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여름을 좋아한다. 얼마나 여름을 좋아하느냐면 여름을 주제로 책 한 권을 썼을 정도다. 평소 놀 줄 모르고, 그 흔한 취미도 없어 따분한 일상 보내는 걸로는 전문가 수준이지만 여름이 되면 그 누구도 부럽지 않다. 길가를 가득 메운 초록만 봐도 가슴이 뛰고, 저마다의 모양으로 피어있는 장미에 마음이 시큰해지고, 사람들의 가벼운 옷차림에, 느즈막히 찾아오는 어둠에, 왠지 모르게 들뜬 거리의 풍경에 심장이 두근거린다. 요즘이 여름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의 일상은 총천연색으로 바뀌었다. 앞으로 서너 달 동안 숨만 쉬어도 행복할 예정이다.
이번 달에는 여름이라는 계절만큼 내가 몰두하는 작가들을 소개하고 싶다. 신작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신작이 나오면 한달음에 서점으로 달려가게 만드는 이들이 열심히 써주고 그려주어서 나라는 독자는 행복하다. 누군가에게 나의 글도 그럴까?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열심히 써보기로.
올여름엔 우리 모두가 덕질할 대상 하나쯤은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게 책이면 더 좋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