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아이들 분위기와 서사는 매우 다르다. 무겁고 어두운 상황 속에서 처절하게 걷는다. 가난과 부, 어둠과 빛, 도망과 추격, 이 극단의 상황에 절망한 아이들이 해방구를 찾아 어둠 속을 걷는다. 원래 빛이 충만했던 도시 ‘차타나’는 대화재로 모든 것이 사라진 후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총독이 통제하는 이곳에서는 전구 같은 ‘오브’로 빛을 쓰는데 가장 밝은 빛인 황금색 오브는 상류층만 사용한다. 가난하고 병든 하층민들은 어두운 보라색 오브를 쓰면서 엄격한 규칙 속에 총독에게 순종해야 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 어린이는 세 명이다. ‘퐁’은 가장 암담한 장소인 교도소에서 태어나 그곳에 묶여 살다 자유를 찾아 탈출한다. 퐁의 탈출 후 친구 ‘솜킷’도 교도소를 벗어나 시민 저항 공동체에 들어간다. 한편 교도소장의 딸인 ‘녹’은 퐁의 탈옥으로 추락한 가족의 명예를 되찾고자 집요하게 퐁을 뒤쫓는다. 퐁과는 반대 입장에서 자신의 정의를 구한다. 법과 정의의 차이는 무얼까,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는 힘은 어떻게 마련될까.
총독의 규칙을 어겨야만 생존 가능한 퐁과 솜킷, 그리고 강 반대편에 사는 피억압 계층이 거리 행진을 준비한다. 인간이면 강 어느 쪽에 살든 존중되어야 한다고, 더 이상의 핍박은 거부한다며 거리로 나간다. 억눌리고 멸시받는 이들이 빛을 되찾아 평등하게 퍼뜨리려는 투쟁을 시작한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 압제와 시민 불복종에 관한 중요한 주제들을 엮으면서 희망과 용기, 연민의 힘까지 줄기차게 담아내는 작품이다.
사라진 빛, 등급이 정해져 통제되는 빛, 그리고 자신이 갖고 싶은 빛, 이런 ‘빛’들을 이야기한다. 2021년 뉴베리 명예상 수상작인 이 작품의 물리적 배경은 태국이다. 황량한 교도소와 평화로운 사원, 도시의 화려한 빛 시장 등 풍성하고 특별한 장소들이 섬세하게 표현된다. 제도화된 특권과 억압, 출생지별 계급화에 행동으로 저항하는 아이들 이야기를 읽으며 사회 규칙과 정의를 다시 생각한다. 차타나 도시의 어둠이 뚫리고 빛나는 날이 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