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어른의 일인 것 같지만 어린이의 일이기도 하다. 새 학년이 되면 반장선거를 하고 매년 학생회장 선거도 한다. 특히 학생회장 선거는 어른의 선거와 똑같은 절차로, 3∼5학년 전체 학생들이 직접 선거를 한다. 어린이들은 이 과정을 통해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경험한다. 마침 얼마 전 재‧보궐 선거가 있었다. 많은 후보가 나와 ‘과연 지킬 수 있을까’ 싶은 공약을 남발했다. 어린이의 선거도 아닌 어른의 선거가 이래도 되는 걸까 싶은 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기회에 ‘과연 선거란 무엇인지’ 그 진실을 꿰뚫은 두 권의 동화를 함께 읽어보자.
승리의 비밀
주애령 지음
바람의아이들 2020
초등학교 5학년 정민이가 학생회장에 출마하며 겪게 되는 선거의 본질을 다룬 동화다. 대학생 오빠가 총학생회장이 되자 멋있어 보여 정민이는 학생회장 후보에 나선다. 사실 정민이는 모든 점에서 학생회장 감이다. 반면 기호 1번 구용진은 정민의 적수도 안 되고 실제로도 생각 없이 출마했다. 막상 뚜껑을 열자 상황이 달라졌다. 구용진 패거리가 교문 앞에 모여 조직 선거운동에 나섰다. 1번 후보의 공세에 밀린 정민이는 네이버 고수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거기서 우연히 ‘승리의 비밀’이란 정치 컨설턴트를 만나게 된다.
동화의 재미는 ‘선거는 어른과 아이가 같다’는 정치 컨설턴트의 말처럼, 선거의 본질을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풀어내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정민이는 어른들이 선거 때마다 말도 안 되는 공약을 남발하는 게 싫었다. 그래서 자신은 오래도록 고민해 반드시 실현 가능한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승리의 비밀’은 정민에게 그건 실패한 공약이라고 말한다. ‘공약이란 실현 가능성보다 유권자의 흥미를 끄는 것이 더 중요하며, 지금 어렵더라도 언젠가 가능할 꿈을 위해 씨앗을 뿌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동화 속에는 진짜 어른의 선거와 겹쳐지는 상황이 여럿 등장한다. 정민이와 성격이 겹쳐 표를 갉아먹는 3번 후보가 등장한다거나 누가 먼저 연설을 할 것이냐를 두고 벌이는 신경전 등이 그렇다. 동화를 읽다 보면 “우리는 왜 선거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기반이라는 건 모두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늘 ‘승리의 비밀’에 휘둘리는 건 아닌가.
기호 3번 안석뽕
진형민 지음
창비 2013
주인공인 석진이는 지극히 평범한 아이다. 아버지가 시장에서 떡집을 해서 이웃들이 석진이를 “떡집 석뽕이”라고 부르는 것 외에는 남다를 게 없다. 그러다 문제가 생겼다. 학교 회장 선거를 앞두고, 반장이 티나게 잘난척하는 모습이 보기 싫어 시장통에 사는 아이들 중 한 명이 허세를 부린 게 발단이었다. “너만 회장 선거 나가냐, 우리도 선거 준비한다”라고 반장에게 덜컥 말해버린 것이다. 뱉은 말에 책임을 져야 하니 시장통 아이들은 전전긍긍하고 결국 석진이가 밀리다시피 회장 선거에 나가게 되었다.
장난으로 시작한 일이고 솔직히 석진이가 진짜 회장이 될 리도 없다. 그러나 동화는 석진이를 내세워 질문한다. “왜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공부 잘하는 아이를 회장으로 뽑을까?” 그렇게 뽑아 놓은 회장은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이 점에서 동화는 정확하게 현실을 반영한다. 특히 시장 사람들과 대형슈퍼가 갈등하는 이야기가 겹쳐지며 석진이는 그야말로 세상에 눈을 뜬다.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다’는 소리를 듣는 석진이의 아빠처럼 그저 착하게 사는 게 다가 아니다. 자신이 지키지 않으면 자신의 권리는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다. 선거가 무엇인가. 국민의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 오랜 세월 투쟁해 얻어낸 결과이며 개인의 권리를 한 표로 행사하는 일이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선거에 임할 때는 ‘사자처럼’ 눈을 부릅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