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죽음’이라는 단어는 낯설기만 합니다. 대개 뉴스와 주변의 부고로 전해지는 타인의 죽음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나’의 죽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죽음의 현장에서 오랫동안 연명치료를 두고 고민하는 가족, 병원에서 마지막을 맞는 환자, 어른용 기저귀를 차야 하는 노인, 죽은 사람의 장기와 조직이 또 다른 생명을 살리는 장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생각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간호사이자 철학과 겸임교수인 저자는 지극히 현실적인 죽음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매 순간 누적된 선택의 결과가 현재 ‘나’의 인생입니다. 어떤 순간도 쉽지 않았겠지만 ‘죽음’과 관련된 일들은 정답이 없습니다. 연명치료 중지, 자살자 신체 기증, 안락사와 조력사 등 우리에게도 언젠가 선택이 순간이 다가올 겁니다. 과연 제대로 준비하고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고독사는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장례는 어떻게 치를지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죽음을 둘러싼 돌봄에서 행정절차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우리 삶은 죽음의 한복판에 놓여 있는 것 같습니다. 단 하루도 새 생명의 탄생이 멈춘 적이 없듯 아무도 죽지 않는 날은 없습니다. 또한 병원에서 태어나서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현실은 괜찮을까요. 이제는 우리 사회도 ‘죽음의 질’에 대해 깊이 생각할 만큼 성숙했다면 준비를 서둘러야 합니다. 언제까지나 죽음이 타인의 문제일 수는 없습니다.
연로하신 부모님의 죽음을 맞아야 하는 숙명처럼 우리도 언젠가 떠나야 합니다. 외면하고 회피하는 대신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선택들,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마무리는 서둘러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죽음에 관한 진지한 성찰이야말로 현재와 미래의 삶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고민이 아닌지 싶습니다.
한두 권의 책으로 죽음을 이해하고 정리하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다만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고 다 함께 토론과 협의가 계속돼야 할 화두라는 사실은 변치 않을 것입니다. 매일매일 현실적인 고민만으로도 충분히 생각이 복잡한데 죽음은 너무 먼 이야기라고 외면하지 않아야 합니다. 예고 없이 찾아올 수도 있는 일, 누구나 한번은 겪어야 하는 일이라면 천천히 그러나 충분히 생각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마르틴 하이데거가 죽음을 이야기하며 인용한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죽기에 충분할 만큼 이미 늙어 있다.”라는 금언은 부정할 수 없는 냉정한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