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 시절 추석에는 늘 긴소매 옷을 입었다. 시골 외할아버지 댁에 갈 때는 꼭 외투를 챙겼고, 새벽녘 서늘한 바람에 이불을 돌돌 말았던 추억이 있다. 반면 요즘 9월에는 반소매 옷을 입는 게 당연하고, 10월은 돼야 시원하다는 이야기를 친구들과 나눈다. 여름이 길어졌다는 느낌은 더 이상 기분 탓이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폭염, 폭우, 가뭄, 산불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과거에는 특정 해의 일이었지만, 이제는 한 해에 복합 재난이 일어나는 게 익숙하다. 저자는 우리가 경험하는 환경이 이전과 다른 국면에 들어섰고, 이 기후변화는 갑자기 나타난 사건이 아니라 약 150년에 걸쳐 아주 천천히 누적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 진행되었던 변화를 우리는 왜 뒤늦게 알아차렸을까? 그 이유는 인간의 감각이 느린 변화를 민감하게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는 동안 인간은 서서히 적응해 왔고, 그것을 위험 신호로 분리해 내지 못했다.
기후 시스템이 어긋난 건 이제 눈앞의 현실. 재난이 더 자주, 크게, 오래 이어지는 상태로 변해 가고 있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분명한 건 이 결과가 우리가 남긴 지문이라는 것이다. 자연은 오래 참지만, 영원히 참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 자연은 언제나 말해왔고, 우리가 외면했을 뿐이다.
이 책은 기후 변화의 원인과 과정을 살펴보고,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모두가 풀어 나가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