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서 막 꺼낸 차가운 수박을 반으로 가르면 빨간 속살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한여름이 반으로 갈라진 것만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수박은 늘 누군가와 함께였습니다. 커다란 수박 한 통을 앞에 두면 자연스럽게 "같이 먹자."라는 말이 먼저 나옵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던 여름밤, 친구들과 장난스럽게 씨를 멀리 뱉어 보던 순간, 수박화채를 한 그릇씩 나눠 먹던 여름날이 생각납니다.
그래서 수박은 여름의 맛이기도 하지만, 함께 나누는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과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달에는 수박처럼 함께 나누면 더욱 즐거운 그림책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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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씨를 삼켰어!
그렉 피졸리 지음| 토토북 |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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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을 먹다 보면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혹시 수박씨를 삼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수박씨를 삼켰어!』는 바로 그 작은 상상에서 시작되는 그림책입니다. 수박을 정말 좋아하는 악어는 어느 날 실수로 수박씨 하나를 꿀꺽 삼키고 맙니다. 그 순간부터 머릿속에는 온갖 걱정이 꼬리를 물기 시작합니다. 배 속에서 수박이 자라면 어떡하지? 머리에서 줄기가 나오면? 온몸이 초록색으로 변하면?
점점 커지는 상상은 아이들에게는 웃음을, 어른들에게는 '괜한 걱정을 키워본 경험'을 떠올리게 합니다. 별일 아닌 일도 머릿속에서 계속 생각하다 보면 점점 더 커지는 마음은 아이도, 어른도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요.
무엇보다 이 책은 여름이라는 계절과 참 잘 어울립니다. 시원한 수박 한 조각을 먹으며 함께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야깃거리가 생깁니다.
"너도 수박씨 삼켜본 적 있어?", "정말 배 속에서 수박이 자라면 어떨까?"
그림책 한 권이 가족의 웃음과 대화를 만들어 주는 순간입니다. 여름이면 더욱 생각나는,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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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수영장
안녕달 지음 | 창비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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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땡볕 아래 커다란 수박이 반으로 갈라집니다.
그 안에는 새빨간 수박 물이 가득 차 있고, 아이도 어른도 하나둘 뛰어들어 시원한 여름을 즐깁니다. 수박씨는 튜브가 되고, 수박 껍질은 미끄럼틀이 됩니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풍경이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정말 이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안녕달 작가의 그림책은 늘 평범한 일상에 작은 마법을 더합니다. 그 마법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한 번쯤 품어봤던 상상을 조용히 현실처럼 펼쳐 보여 줄 뿐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오래 사랑받는 이유는 함께하는 풍경에 있습니다. 아이와 어른, 이웃들이 구별 없이 하나의 수박 안에서 웃고 떠들며 여름을 보내는 모습은, 여름이란 결국 함께여서 더 즐거운 계절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합니다.
무더운 오후, 에어컨 바람보다 먼저 이 그림책을 펼쳐 보세요.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도 수박 한 조각을 베어 문 듯 시원한 여름이 눈앞에 펼쳐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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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김영진 지음 | 길벗어린이 |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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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날, 학교에서 돌아온 그린이는 선풍기와 에어컨 앞에서 더위를 식힙니다. 그러다 가족들과 둘러앉아 시원한 수박을 나누어 먹으며 여름날의 작은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수박씨를 심으면 정말 수박이 열릴까요?
그린이는 수박을 먹고 남은 씨를 화분에 심습니다. 작은 씨앗 하나를 바라보며 수박이 열리는 모습을 상상하고, 자신이 갖고 싶었던 것들까지 마음껏 떠올립니다. 장난처럼 시작한 일이지만, 어느새 그린이는 매일 화분을 들여다보며 싹이 돋기를 기다립니다.
『수박』에는 우리가 여름이면 한 번쯤 마주하는 익숙한 풍경이 가득합니다. 더위를 피해 에어컨 앞으로 모이는 모습, 가족이 함께 수박을 나누어 먹는 시간, 검은 씨를 골라내며 주고받는 장난스러운 대화까지.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여름날의 가족 풍경은 충분히 다정하고 즐거운 이야기가 됩니다.
수박 한 조각을 먹는 일은 금세 끝나지만, 함께 나눈 시간과 작은 씨앗을 기다리던 마음은 오래 남습니다. 평범한 여름날 속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움, 그리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설렘을 발견하게 해주는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