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사는 게 전쟁이다”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아마도 전쟁의 잔혹함을 삶의 무게에 빗대어 생겨난 말일 거예요.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말은 꼭 어른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어린이들의 하루에도 사소한 말다툼이 있고, 서로 양보하지 못해 마음이 멀어지는 순간들이 있으니까요.
처음에는 아주 작은 일에서 시작됩니다. 조금 더 가지고 싶은 마음, 내 생각이 맞다고 믿는 마음, 서로를 충분히 알지 못해 생기는 거리감. 그 마음들이 쌓이면서 작은 다툼은 어느새 더 큰 싸움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전쟁이라는 것은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전쟁은 눈에 보이는 것뿐 아니라 마음속에 쌓아온 시간과 관계까지 함께 흔들어 놓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시작이 어디였는지를 가만히 돌아보게 됩니다. 전쟁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틈에서부터 조용히 자라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달에는 다툼과 전쟁을 지나, 우리가 서로를 어떤 눈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림책들을 소개합니다. 책장을 넘기는 이 시간이 우리 곁의 작은 평화를 다시 떠올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전쟁들이 조용히 멈추고, 그 자리에 다시 평화의 시간이 찾아오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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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땅콩전
고혜진 글, 그림 | 달그림 |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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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땅콩전은 우리에게 익숙한 과자 이름을 소재로 전쟁의 비극과 허무함을 재치 있게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평화롭던 바다 마을, 사라진 오징어들의 범인이 땅콩이라는 작은 오해에서 시작된 이 전쟁은 현재 우리 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갈등의 모습을 그대로 떠올리게 합니다.
작은 오해가 어떻게 거대한 증오로 번지는지, 그리고 전쟁이 치열해질수록 정작 싸움의 진짜 이유는 얼마나 무의미해지는지를 날카롭게 풍자합니다. 뒤늦게 밝혀진 진실조차 미움에 눈이 먼 이들에게 외면당하고, 전쟁의 상처는 고스란히 남겨진 이들의 몫이 되죠.
그리고 전쟁의 이득은 전혀 엉뚱한 이들이 가져가는 현실을 꼬집기도 합니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가득한 이 이야기는 독자에게 묻습니다. "지금 이 싸움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요?"
책장을 덮으며 우리는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눈앞의 승리가 아니라, 서로를 바라보는 진실한 마음과 평화의 가치라는 사실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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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다비드 칼리 글, 안수연 번역, 세르주 블로크 그림 | 문학동네 |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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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들판 위,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두 개의 참호가 있습니다.
각 참호에는 한 명의 병사가 숨어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적’이라고 부릅니다.
보지 못한 채, 무서운 존재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들은 알게 됩니다.
그곳에 있는 사람이 자신과 다르지 않은, 그저 평범한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요.
단순한 선 드로잉과 다양한 표현 기법은 이야기의 의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 줍니다.
우리가 쉽게 나누는 ‘아군’과 ‘적군’이라는 구분이 어쩌면 얼마나 쉽게 만들어지는지, 또 얼마나 쉽게 믿어지게 되는지를 조용히 들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