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면서 가장 편하고 만만하게 생각했던 사람은 할머니이다.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던 내가 어리광과 투정을 마음껏 부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랬던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세상 어디에도 기댈 곳 하나 없이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다. 그리고 무엇 때문인지 할머니가 없이 먹는 밥은 금방 배가 고파졌었다. 그림책 『달꽃 밥상』에도 할머니와의 이야기가 나온다. 밥 수저 위로 반찬을 올려주시던 나의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이 그림책을 펼쳤다.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 아빠와 손자가 함께 밥을 먹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밥상이 단출하고 쓸쓸해 보인다. 반찬 투정이 먹히지 않는 현실에서 아프기 전에 맛있게 밥상을 차려주시던 할머니가 그립다. 그리움은 판타지 세상으로 이어진다.
깊은 밤, 배가 고파 잠이 들지 않는 아이는 여자아이로 변한 할머니와 함께 우유갑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산길을 지나 개미와 반딧불이를 따라 도착한 곳은 할머니의 할머니 집이다.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할머니는 밥상을 준비한다. 꽃잎 한 소쿠리와 달 한 그릇을 떠서 밥을 짓고, 달로 전을 부쳐 풍성한 밥상이 차려진다!
기차여행 내내 ‘칙칙폭폭’, ‘살랑살랑’, ‘찰랑찰랑’, ‘소복소복’, ‘치르르 치르르’, ‘살살’ ‘톡톡’, ‘우헤헤 푸하하’ 기쁨이 샘솟고 있다. 기차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집은 사실 변한 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여행 내내 두둥실 보름달이 어두운 밤을 밝혀 길을 안내하고, 모두를 따뜻하게 품어주었듯 서로의 존재 자체와 행복했던 기억들이 이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단단하게 지켜줄 것이다.
나도 둥근 보름달을 따라가다 보면 어릴 적 내 할머니의 기억을 찾아낼지도 모르겠다. 보름달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 여행을 떠나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