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침 산책길에서는 매력 가득한 몇몇 장면들에 시선과 마음을 빼앗긴다. ‘꽃양귀비 씨앗 수확 및 나눔 체험 행사’ 현수막에 우선 마음이 출렁인다. 서울 올림픽공원의 들꽃마루와 주변 풀밭에 풍성한 꽃양귀비 씨앗을 함께 수확하고 나누겠단다. 공원 중앙의 백제 토성길 한 바퀴가 끝나고 이어지는 초록 나무 무성한 숲에는 청량함과 싱그러움이 충만하다. 마침 라디오의 클래식 음악 채널에서는 올해 베를린 숲속 콘서트 곡이 흐른다.
🌾숲이 끝나고 공원 북쪽과 맞닿는 서울 둘레길에서는 ‘벼농사 체험장 모내기 행사’장이 펼쳐진다. 몇 주간 대형 트럭과 굴착기 들이 오가더니 자그마한 논 두 칸이 만들어지고 모내기도 끝났다. 앞으로 ‘쌀 나무’가 쑥쑥 자라날 이 대도시의 논배미*를 대하는 어린이들 마음도 내 마음처럼 콩닥거릴까. 여기서 냇가를 따라 2㎞쯤 남쪽의 숲속 도서관에서 아래 초록이 책을 만났다. 숲에서 나무와 사람과 놀고 배우며 속마음을 키우는 초록이 이야기다.
*논배미: 논두렁으로 둘러싸인 논의 하나하나의 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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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와 마녀와 느티나무 소년
오진희 지음 | 김혜원 그림 | 북멘토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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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은 할아버지 집에서 코로나19 시절을 건너가는 초등 4학년 어린이다. 결이 고운 이야기와 부드러운 그림에 마음이 포근해진다. 초록의 엄마는 먼 지방으로 의료 지원을 떠났고 아빠는 여러 해 ‘독립’ 상태로 자유여행 중이어서 시골 할아버지 집에 오게 되었다. 초록은 숲 동네에서 새 친구들과 함께하면서도 마음이 쓸쓸해지면 엄마가 일러 준 숲 인사법을 떠올린다. ‘조용히 숲의 소리를 들어 봐. 숲의 주인이 너를 반겨 주도록 잠시 인사하는 거야.’
한자 이름이 ‘가득 채워 베풀다’라는 만여(灣與)인 ‘마녀 아줌마’는 숲의 여러 식물로 도감을 만든다. 초록은 사랑스러운 ‘작은 마녀’가 되어 아줌마를 따르며 봄나물의 특성, 배나무와 측백나무 관계, 아직 확인되지 않은 식물들 이야기를 듣는다. 마녀들의 숲 탐험에는 온갖 나무 정보를 전해주는 ‘느티나무 소년’도 함께한다. 성장 속도와 행동이 좀 특별한 이 소년은 나이 천 살 넘은 느티나무를 가장 좋아한다. 초록도 소년과 함께 느티나무 아래서 마음을 키운다. 티베트와 네팔에서 혼자 여러 해 지내고 돌아와 초록에게 용서를 구하는 아빠를 이젠 씩씩하게 이해한다. 숲의 향기와 사람 사랑, 따뜻한 마음들이 물씬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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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초록빛으로 만드는 우리 가족 이야기
강혜승 지음 | 김수연 그림 | 썬더키즈 |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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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미래를 위한 한 걸음’을 생각하는 가족의 곰살맞고, 재밌고, 유용한 기록이다. 2023년 ‘세계 환경 위기 시각’은 9시 28분, 지구의 멸망이 예상되는 자정까지 2시간 반 정도 남았단다. 지구의 완전한 회복 불능이 닥치기 전에 지구를 위한 뭔가를 찾아 행동하자는 작품이다. 햇볕 따가운 날 건물 외벽 온도는 50도, 아빠의 식물 덩굴 커튼이 드리운 창문 온도는 20도다. 아빠는 뜨거운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녹색 커튼 제작자인 셈이다.
이모는 평생 33톤의 이산화 탄소를 흡수하는, 수천 그루 나무숲 같은 혹등고래 보호 활동가다. 엄마는 폐기 생활용품을 재생 조합하는 리사이클 활동가다. 가방 하나 만드는 데 한 사람이 3년 동안 마실 물이 들어간단다. 형은 가까운 데 버려진 손전화기나 가전제품 폐기물에서 광물을 찾아내는데 그 분량이 광산 채굴량만큼 된단다. 이 가족의 활동 덕분에 무겁던 우리 마음에도 초록 커튼이 드리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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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어디에
이수영 지음 | 김선진 그림 | 그림책공작소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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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에서 기쁘게 만난 그림책이다. 부드럽지만 나름 깊게 파여 ‘네모난 마음’처럼 보이는 표지부터 표제의 색깔 처리 등 구석구석 독특한 정성이 가득하다. “마음이 어딨는지 알아?” 이렇게 물으며 아이는 온 동네를 다닌다. ‘문구점, 사전, 떡볶이 접시 속’이라는 대답이 들리고, 한 꼬마는 이렇게도 답한다. “그거 아직 안 배웠어. 근데 숙제야?” 아이의 마음 찾기는 다행히 엄마 품속 따뜻한 고백으로 맺어진다. “엄마! 누가 그러는데 마음🧡은 먹는 거래. 그리고 이거 비밀인데 여기저기 막 돌아다닌대.”
냠냠~ 마음을 먹으며 숲길 여기저기 걷는 아이들 모습을 떠올린다. 요즘 화성시립도서관 주간 잭편지를 받아 펼칠 때마다 즐겁다. 단락 시작점에서는 귀여운 이모티콘의 인사를 받으며 반갑다. 각 문단에서는 핵심 문장들에 강조 표시를 넣어준 편집자의 마음이 느껴져 고맙다. 숲과 책과 편지에는 이렇게 우리네 마음이 잘 담기니, 참 감사한 일이다.
2024년 제10회 화성시립도서관 독서감상문 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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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화성시 올해의 책'과 함께하는 제10회 화성시립도서관 독서감상문 공모전에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