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영화 《살인의 추억》(2003)에서 박두만 형사(송강호)가 현규(박해일)에게 던진 이 한마디는 한국 영화 명대사 중 하나다.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밥을 먹고 다닐 수 있느냐’는 질문은 인간의 탈을 쓴 연쇄살인범에게 던진 대중의 분노이기도 하다.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밥’이다. 요즘 누구와 무얼 먹으며 지내는지 생각해 보면 자기 삶의 현재가 보일 것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단순히 생존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불의 사용으로 시작된 인류 문명의 역사는 음식 문화의 변화와 그 궤를 함께한다. 국가와 민족마다 다른 식습관과 먹거리는 지역, 풍토, 기후 등 삶의 조건을 반영한다. 기아에서 벗어난 인류는 이제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지 오래다. 채식주의 혹은 비건이 배부른 소리일까, 아니면 미래를 위한 고민의 시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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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을 묻는 십대에게
김성한 지음 | 최진영 그림 | 서해문집 |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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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철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육식의 종말’을 주장한 지 수십 년이 지났다. 단순한 육류섭취에 대한 경고가 아니라 육식 문화가 환경과 생태계를 얼마나 파괴하는지에 대한 신랄한 분석이다. 그러나 인류의 음식문화가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오랜 세월 약육강식의 논리에 충실했던 인류가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다. 기후 환경 문제는 단순히 윤리적 차원의 문제를 넘어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채식주의 혹은 비건이라 명명된 음식 문화가 점차 우리의 일상에 자리 잡는 현실이다.
인간도 동물이니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는 욕망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고기를 먹는 게 습관일 수도 있고, 육식과 채식이 선택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저자는 우선 채식의 당위성을 설명한다. 철학적으로 쾌락주의, 결과주의, 보편주의로 요약되는 공리주의 관점에서 비건을 바라본다. 단순히 도덕적 차원에서 동물권을 보호하자는 구호가 아니라, 채식 옹호 논리에 대한 비판을 점검한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무엇인지, 동물도 고통을 느끼는지, 왜 채식이 힘든지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차분하고 논리적이다. 또한 건강, 환경, 기아 문제가 채식과 어떤 관계인지 꼼꼼하게 살핀다.
채식에 대한 논의는 개인의 취향과 선택에 맡겨도 되는 걸까. 철학자 김성한은 그렇지 않다고 설득한다. 그림과 곁들여 청소년들이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비건에 대해 설명하는 이 책은 우리가 잊고 지내는 ‘고기 대신 채식을 먹는 즐거움과 괴로움’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작은 고민과 실천이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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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비거니즘을
비건교사나는냥 지음 | 휴머니스트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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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비거니즘 교육 모임에서 출간한 이 책은 일곱 명의 선생님이 공동 집필했다. 어린 시절 한 번쯤 찾아가는 동물원의 동물들은 괜찮은 걸까, 개와 돼지 등 인간을 동물에 비유하는 건 동물 혐오가 아닐까.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교사들은 ‘편견’과 ‘혐오’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공동체가 합의한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또 다른 편견과 차별을 촉발할 수도 있다는 논란도 가능하나 이들의 주장도 귀 기울여 들어볼 만하다.
매일 먹는 음식부터 얼굴에 바르고 입는 옷에 이르기까지 비거니즘은 일상의 크고 작은 변화를 일으킨다. 이제껏 보이지 않던 인간중심주의와 동물 착취의 현실을 돌아보면 마음이 불편하다. 관점에 따라 세상이 달리 보인다.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자는 비건 교사들의 앎과 실천을 통해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무엇일까.
유아, 초등, 중고등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학생들과 경험한 내용을 공유하는 이 책은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함께 고민해 볼 만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육식과 채식이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대다수 사람이 비거니즘은 필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생각에 모두 동의하는 건 아니다. 다만 기후와 환경이든 차별과 혐오든 ‘육식’은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할 문제라는 점에는 동의할 수 있을 듯하다.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니다. 최상위 포식자라고 해서 무엇이든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면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이 마련될 것이다.
2024년 제10회 화성시립도서관 독서감상문 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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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화성시 올해의 책'과 함께하는 제10회 화성시립도서관 독서감상문 공모전에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