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있는 부모님 댁에는 두 대의 TV가 있다. 각각 엄마, 아빠의 애착 TV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늘 두 분과 함께한다. 부모님은 눈 뜨자마자 TV를 켜며 하루를 시작하신다. 엄마는 주로 일일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아빠는 역사 드라마와 스포츠 중계를 선호해서 취향이 겹치는 채널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그 탓에 밥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엄마는 안방, 아빠는 거실에서 생활하신다. 엄마와 통화하다가 아빠 안부를 물으면 아빠에게 따로 전화해 보라는 대답이 돌아올 정도니 이건 뭐 한 지붕에 두 가족이 있는 것과 다름없다.
😴이렇게 좋아하는 게 다른 두 분이지만 희한하게 수면 습관은 닮아서 엄마, 아빠 모두 TV를 자장가 삼아 켜 놓고 주무신다. TV 소리를 들어야 잠이 온다나 뭐라나. 그래 놓곤 자다가 자주 깬다는 둥 잠들기까지 힘들다는 둥 하소연을 하시는데 깊은 밤, 어둠을 훤히 밝히는 TV를 상상하면 ‘잠이 올 리가 있나요….’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결국 TV를 끄고 주무시면 어떠냐고 내가 슬쩍 참견하면 부모님은 못 들은 체하신다. 나도 물러서지 않고 밝은 빛이 멜라토닌 형성을 어쩌고저쩌고, 도파민이 이러쿵저러쿵 어디서 주워들은 근거를 대보는데 우리도 네 나이 때는 잘 잤다고 최후통첩이 날아오니 나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만다.
📱그러나 이제는 TV에 더해 스마트폰까지 곁에 두는 부모님을 보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나에게 “컴퓨터 좀 그만해라~” 하셨던 마음이 이랬을까? 삼십 대가 된 딸이 환갑을 지낸 부모님께 “TV 좀 그만 보세요~” 잔소리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물론 일터에서 고단했을 부모님이 TV로 위안 삼으시는 걸 생각하면 짠하지만, 건강을 위하여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다는 건 분명하다.
📖부디 부모님이 TV 대신 꺼내 읽기를 바라며, 적어도 눈 뜬 직후와 잠들기 직전에는 차분히 글을 읽으시길 바라며 선물한 책 두 권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