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전 국민이 비장한 마음으로 임하는 의식(!)이 있다. 바로 새해 다짐. 아무도 시킨 이 없는데 연말연시면 새해 다짐을 공표하고 이내 까먹고는, 다시 새해가 오면 똑같은 작업을 반복한다. 그래서인지 새해가 되면 헬스장이 북새통을 이룬다. 다이어트 한약 및 운동복 매출도 눈에 띄게 오른다고 한다. 미술, 음악 등 각종 취미반에 등록하는 사람도 늘고, 금연과 금주를 결심하는 사람도 많이 보인다.
하지만 설날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기존의 생활방식으로 돌아간다. 헬스장 기부 천사가 되고, 새 운동복은 당근에 내놓고, 기껏 지어온 한약은 유통기한이 지난 채 냉장고 채소 칸에 머문다. ‘올해야말로 제대로 해보자!’라며 마음먹은 취미들도 버킷리스트로 자리를 옮긴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해마다 반복하는 것은 새해 다짐이 아닌 작심삼일이다.
나 역시 지난 연말에 세 개의 새해 다짐을 했다. 하나는 여름 중에 새 책을 낸다(아직 한 글자도 쓰지 않음), 두 번째는 일주일에 삼 일 이상 달린다(현재까지 딱 한 번 달림), 마지막은 돈을 아껴 쓰고 조금이라도 저축하자(아껴 쓸 돈이라도 있어야). 새해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망한 것 같지만 우리는 음력을 쇠는 한국인 아닌가. 진정한 새해는 2월부터다. 날씨가 조금 풀리면 운동하기에 무리가 없을 것이고, 바짝 언 가정경제에도 활기가 돌(지도 모를) 것이고, 마감이 가까워지면 원고도 자연히(!) 써질 것이다. 매년 이런 식으로 작심삼일의 기한을 연장해왔다. 삼 일만 하고 관두는 것이 아니라, 삼 일이라도 실행할 만한 날짜를 자꾸 연기하면서.
그런 의미로 새해 다짐을 작심삼일로 만들지 않는 방법을 공개한다. 먼저 첫 번째는 작심삼일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작심삼일×날짜=작심 O개월로 늘리는 방법이다. 작심삼일이 한 달을 가면 한 달 동안 성취한 사람이 되고, 육 개월이 가면 육 개월 동안 노력한 사람이 된다. 참 쉽죠. 두 번째는 작심삼일의 실행일을 최대한 미루는 것이다. 왜 새해 다짐을 꼭 1월부터 실천해야 하죠? 사람마다 바이오리듬이 다른데. 누군가는 여름부터 실행할 마음이 생기고, 누군가는 가을철부터 힘이 난다. 각자 가장 움직이기 좋은 계절에 새해 다짐을 실천한다면, 생각보다 오랜 기간 지속할 수 있다. 참고로 나는 추우면 기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봄부터 실천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내가 달리기를 할 때 쓰는 방법인데 ‘1-1-2-1-3-1’ 공식이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달리고, 다음 주엔 두 번 달리고, 그다음 주엔 세 번을 달려야 한다 생각하면 포기하고 싶어지는 게 사람이다. 그래서 처음엔 한 번 달리고 그다음 주에도 한 번 달린다. 그리고 난 다음 주에 두 번을 달리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세 번을 달려야 하잖아?’라며 포기하고 싶은 시점이 오는데, 그때 딱 한 번만 달리는 것이다. 그러면 마치 엄청난 특혜를 받은 듯 마음이 가볍다. 그렇게 자신을 조금 놓아준 다음에 그다음 주에 세 번을 달린다. 그러면 ‘아, 다음 주에는 진짜로 네 번을 달려야 되네’ 생각하겠지만 그다음 주, 또 한 번으로 과감하게 횟수 할인을 해준다. 그렇게 사이사이에 ‘딱 한 번’이라는 서비스를 끼어놓는 것이다.
반복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자발적으로 두 번, 혹은 세 번까지 달리게 된다. 이 공식은 공부할 때나 취미생활을 할 때도 적용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향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을 깨고, 스스로 여유를 주면서 ‘꾸준히 하기’를 독려하는 것이다.
여러분은 올해 어떤 새해 다짐을 하셨는지. 이미 작심삼일로 끝나버렸는지, 아니면 작심삼일이 될까 두려워하고 계시는지. 작심삼일도 삼일을 더 하면 작심육일이 되고, 그걸 열 번 반복하면 두 달이 된다. 올해는 부디 자신을 살살 꼬드겨 가며 길고 가늘게 실천해 보시는 건 어떨지. 새로운 한 해, 새로운 생각과 도전을 제안하는 책 두 권을 소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