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이라는 말은 세상사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의 결과일 수도 있다.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고, 변하지 않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오늘도 지구에는 80억 인구가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개인적인 고민부터 국제 분쟁에 국제 분쟁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또 내일을 준비하며 살아간다. 실시간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을 들여다보면 매 순간 속보가 전해진다. 수많은 사건과 사고로 가득한 대한민국의 오늘과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또 누군가는 허무와 절망을 토로한다. 우리들의 일상은 매일 매일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르내리는 롤러코스터와 같다. 그래도 사람들은 오늘의 고통과 절망을 내일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견뎌낸다. '지금-여기' 나의 삶은 자기 인식에 기초한 실천적 노력의 결과다. 변화, 발전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성찰과 사유의 시간이 필요하다. 절망의 시대를 살다 간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글과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의 삶을 통해 '나'의 희망 혹은 계급적 취향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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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스테판 츠바이크 지음 |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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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고 말한 찰리 채플린은 《황금광 시대》, 《모던 타임즈》, 《위대한 독재자》 등 역사적인 명작을 남긴 배우이자 감독이다. 영화 같은 현실을 무성영화에 담아낸 그 시절이 바로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때'가 아니었을까. 슈테판 츠바이크는 히틀러의 나치 군대를 피해 대서양 건너 뉴욕으로, 다시 브라질에 망명했다가 부부가 함께 자살했다. 끝까지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당위적 명제를 실천하지 못한 그의 죽음은 아이러니하지만, 절망의 시기에 남긴 글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충분할 만큼 희망과 감동으로 가득하다.
「걱정 없이 사는 기술」부터 「나에게 돈이란」, 「이 어두운 시절에」 등 아홉 편의 에세이는 짧지만 강렬하고 인상적이다. 세계 2차 대전이라는 야만적인 시절을 겪고 쓴 글들은 슈테판 특유의 유머와 용기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도 어둡고 암울한 시대를 견디는 힘은 인간에 대한 희망뿐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고등학교 시절 집안이 어려워진 친구가 학교를 떠난 일화를 전하며 "우리가 그를 저버린 것은 공감 부족이나 무관심이 아니었다. 단지 용기가 부족했을 뿐이다."라고 고백한다. 자기 인생들 돌이켜보며 후회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작가의 경험을 쉬운 문장으로 풀어낸 글들이 독자들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고.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 또한 어둡고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치, 경제적 상황이 녹록지 않고 각자 '나만 옳다'는 목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그런데도 희망을 버리는 사람은 없다. 아니, 그 고통과 절망을 견디는 유일한 힘은 내일에 대한 기대와 희망일 것이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말대로 어두울 때에야 비로소 우리 눈에 제대로 보이는 것들이 있다. 흐린 눈으로 멀리서 보지 말고 좀 더 가까이에서 각자의 인생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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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은 어떻게 계급이 되는가
나영웅 지음 | 지음미디어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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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춘들은 무엇을 향해 어디로 가고 있을까. 중세를 지나 근대 이후, 신분과 계급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사람들의 삶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돈과 권력을 거머쥔 사람들과 그것을 세습하려는 불법과 편법이 판을 치는 세상이 어디 하루 이틀인가. 모든 부모는 자식들에게 그들이 가진 부와 명예를 물려주려는 본능을 갖고 있다. 시대를 막론하고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자녀들의 삶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태어날 때부터 신분과 계급이 정해진 시대와 달리 각자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세상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런가.
나영웅은 이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아르바이트와 옥탑방에서 시작된 그의 인생이 소설이나 영화처럼 극적이지는 않다. 그래서 더더욱 그의 평범한 목소리에 설득력이 묻어난다. “취향은 당신이 자라온 환경과 기호 그 자체입니다. 취향은 또 당신의 위치이기도 합니다.”라는 말은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구별짓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경제 자본, 문화자본, 사회자본이 취향을 결정하며 그 취향은 타고난 환경을 기반으로 형성된다. 겉으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하지만 실제 우리가 사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서로 다른 출발선에 대한 불평불만이 아니라, 자기 삶을 보듬고 현실을 이겨내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취향이 계급이 되는 세상을 살고 있으나 정작 우리에게 중요한 건 각자의 욕망을 점검하는 일이다. 자기만의 자본을 쌓아가는 일은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살 수 있다는 생각과 전혀 다른 태도다. 무지개처럼 다양한 생각과 삶의 방식이 존중받는 세상이야말로 취향에 등급을 매기며 계급을 나눌 수 없는 세상이다. 이제 각자의 사회, 경제적 위치를 확인하며 어둠 속에서도 희미한 빛을 찾아가는 방법을 고민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