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연휴 끝과 동시에 대한민국 학생들은 새로운 세계에 들어섰다. 새 학년, 새 반, 새 친구, 새 공부. 그중에는 새 학교에 들어가, 각각 중학생과 고등학생이라는 새 신분을 달게 된 친구들도 있다. 이 '새'라는 관형사는 작은 물건 하나에만 붙어도 파문을 만드는데, 하룻밤 사이에 집 밖은 '새' 파도가 몰아치는 망망대해. 그들은 낯선 세계에 정박하여 한 발 한 발 내디딘다. 그리고 마침내 새로운 나를 빚어 간다.
🙏나의 청소년기 최대 관심사는 단연 새 친구였다. 3월은 1년 동안 쌓아온 우정이 계속 이어지느냐가 결정되는 절체절명의 시기였다. 내성적인 나는 친하다고 할 만한 관계를 만들기까지 남들보다 오래 걸렸다. 그래서 마음 붙인 친구가 단 한 명이라도 같은 반이 되는 게 매우 중요했다. 반 배정 발표를 기다리며 '제발 OO랑 같은 반이 되게 해 주세요.'하고 속으로 싹싹 빌었다.
😦운 좋게 친한 친구와 같은 반이 되면, 나는 안심부터 했다. '적어도 혼자 밥 먹을 일은 없겠고, 짝이 필요할 때 멀뚱멀뚱 외롭지는 않겠구나. 속마음을 털어놓을 데가 있어서 다행이다.'하고. 그때의 나는 몰랐다. 같은 친구도 변수를 만나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외딴섬처럼 서로 의지하던 우리는 새 친구들과 섞이고, 나름의 풍파를 겪으며 자연스레 멀어졌다. 사계절을 다 지내고 난 뒤엔 인사 정도만 하는 사이로 남았다.
😀다시 새 학년이 되고, 운 나쁘게 친한 친구들과 떨어지면, 나는 절망부터 했다. '다른 아이들은 벌써 친해졌는데 내 입은 떨어질 생각이 없고, 학교생활이 고독하겠구나.' 물론 그대로 쭉 적응하지 못해 애먹은 해도 있었지만, 내 초조함이 무색할 만큼 최고의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짝꿍의 이어폰에서 흘러나온 음악을 엿듣다가 쌍둥이처럼 닮은 취향을 발견하기도 하고, 한숨 소리에 건넨 위로의 한 마디가 마음의 창을 열어, 서로의 아픔에 공명하기도 했다.
🌊새 학년이 될 때마다 밀물과 썰물처럼 시절 친구가 내 안에 들어왔다 나갔다. 거센 물살에도 곁에 남는 친구가 있는 반면, 아무 일 없이 떠나는 이도 있었다. 나는 기뻤다가 슬프고, 벅차다가도 시렸다. 그렇게 섭슬리고 갈닦으며 나의 모양을 만들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