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특별하게 따뜻한 여름을 보내며, 우리의 멋진 가을바람을 기다리는 마음도 따라서 각별하다. 대가족 속에 살아온 나는 가을을 그리다 보면 바로 추석을 떠올리고 이어서 가족을 생각한다. 가족이란 뭘까, 가족의 범위나 정확한 개념이 존재하나, 꼭 혈연이 아니어도 마음과 그리움이 통하는 관계라면 가족이 될까. 간단하고 당연한 개념인 가족에 대해서 계속 작은 생각들이 꼬리를 문다. 다양한 서사로 가족을 그려내는 작품들을 골라 본다.
🧡외국으로 입양 간 후 동성(同性) 짝과 함께 40년 만에 조국의 가족을 찾아오는 ‘수아’네 이야기책, 한 가옥의 시선으로 가족과 도시의 변천을 보는 역사 그림책, 재정문제와 노동으로 애쓰는 아빠의 평안을 기원하는 다정한 그림책을 골랐다. 이 작품들은 인종이나 국적, 성별, 재산 차이가 가족 구성과 유지에 장애가 되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혈연이 아니어도 가족 되기에 충분했으며, 세월의 간격이 가족 사랑에 장애가 되지 않음 또한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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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곰 패밀리
김다해 지음 | 한아름 그림 | 오늘책 |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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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는 어린이 수아와 고모 수아 이렇게, 같은 이름의 두 사람이 나온다, 고모 수아는 어렸을 때 일 나간 엄마와 오빠를 집 앞에서 기다리다 그만 길을 잃었고 스웨덴으로 입양가게 되었다. 고모 수아를 실수로 잃은 할머니는 딸을 잊지 않으려고 손녀에게도 같은 이름을 붙이셨다. 이 고모 수아가 오랜 세월 후 가족과 함께 고국의 엄마와 오빠를 찾아온다.
40년 만에 한국 공항에 도착한 고모 수아의 결혼한 짝꿍은 백인 여자였고 그들이 입양한 딸은 흑인이었다. 이들을 대하며 놀라고 불편하면서도 단어든 물건이든 뭔가 자꾸 건네려는 수아 가족에게 고모는 번역기를 돌려 요청한다. “멈춰라, 제발!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아주 빠르게, 긴 시간을 넘어오지 마시오!” 함께 간 노래방에서 고모는 「섬집아기」 노래를 부르면서 운다. “나, 엄마 안 와요. 하지만 이 노래 엄마 와. 브라!”
‘라곰’은 스웨덴 말로 균형과 존중을 의미하는 단어란다. 이 작품에서는 ‘라곰’의 뜻을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이라 설명한다. 이 표현 뒤에 어울릴 만한 우리에게 익숙한 말들을 떠올려본다. 상태, 균형, 기쁨, 만족, 우리, 책 그리고 가족…. 좋은 단어가 흘러넘친다. 이 작품에 눈높이아동문학상을 결정한 심사위원은 “생각이 꼬리를 물게 만드는 이야기”라 평한다. 먼 데서 용기를 내 가족을 찾아온 고모와 새 가족, 그리고 여기서 고모를 기다려온 가족 모두가 너무 빠르지 않고 ‘라곰스럽게’ 찬찬히 시간을 음미하며 사랑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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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쿠샤의 추억
김세미, 이미진 지음 | 전현선 그림 | 찰리북 |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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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역사 그림책이다. 백 살 넘은 가옥의 시선으로 한 가족사를 포함해 도시와 나라의 근현대사를 돌아본다. 산스크리트어로 ‘기쁜 마음의 궁전’이라는 뜻의 집 ‘딜쿠샤’ 이야기다. 조선 권율 장군 집과 커다란 은행나무 자리에 1917년부터 붉은 벽돌집이 새로 지어진다. 이 집 딜쿠샤는 미국인 기자 앨버트네 가족과 함께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살아낸다.
딜쿠샤 집을 지은 앨버트 기자는 「3.1독립선언서」를 세상에 알린 후 미국으로 추방됐다가 해방 후 양화진 묘지에 안장된다. 딜쿠샤는 1917~1942년, 행복한 날을 기억하며 아픈 시절을 견디고 1945~2000년에는 창문 너머로 서울의 변화를 확인한다. 2006~2016년, 언제나 행촌동 그 자리에서 역사를 살다가 2017년, 문화재청의 등록문화재로 공식 등록된다. 한 가옥의 시선으로 사람과 가족, 도시, 나라의 역사를 확인하는 즐거움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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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에는
전미화 지음 | 사계절 |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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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형편이 어려워진 아빠는 아이와 함께 집을 떠나 공사장 앞 봉고차로 터전을 옮긴다. 아이는 학교에 못 가고 차 안에 숨은 채 친구들이 지나가면 고개를 숙이며 숨어야 했다. 아빠는 밤마다 ‘다음 달에는’ 학교에 갈 거라고 약속했지만 그 학교 가는 날은 자꾸자꾸 ‘다음 달’로 미뤄진다. 그래도 아이는 “아빠가 울지만 않는다면 학교는 다다다다다음 달에 가도 되는데….”라며 아빠를 위로한다. 마침내 어느 ‘다음 달에’ 아이는 학교에 갔고 아빠는 “다음 달에는 작은 방을 구할” 거라며 다시 약속한다. 다정하고 고마운 그림책이다. 전미화 작가 특유의 뭉툭하면서도 다감한 그림들에 두터운 정이 그득하다.
지난 6월 발생한 리튬배터리 공장의 대형화재 유족인 한 아빠가 얼마 전 합동분향소 위패와 영정 앞에서 오열하는 사진을 보며 이 그림책의 아이와 아빠가 다시 생각났다. 갑작스레 화를 입어 고인이 된 이들도 이 그림책 아이처럼 아빠가 울지 말기를 바라지 않을까. 노동하다 참변을 당하신 분들과 유족의 슬픔이 얼른 위로받고 치유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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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화성시민 함께 읽는 책 작가와의 만남 운영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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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토요일!!
이희영 작가님 만나러 오세요~
2024년 화성시 올해의 책(청소년부) 『소금 아이』 이희영 작가님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봅니다. 😄